영화 스페셜즈 리뷰 : 킬러들의 기상천외한 댄스 도전 맹목적 의지를 벗어난 예술적 해방과 스토아적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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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기상천외한 댄스 도전(AI 이미지 사용)

B급 코미디의 외피를 쓴 가장 유쾌한 실존적 탈선

총구의 서늘함과 화려한 조명 아래의 댄스 스텝.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세계가 충돌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미드나잇 스완 등으로 소외된 인간 군상을 독특한 시선으로 그려온 우치다 에이지 감독이 이번에는 전대미문의 킬러 댄스 액션 무비 스페셜즈로 돌아왔습니다. 전설적인 킬러 다이아(사쿠마 다이스케)와 무리를 싫어하는 아웃사이더 키류(나카모토 유타) 등 5명의 킬러가 거물 보스를 암살하기 위해 아이돌 댄스 그룹으로 위장한다는 기상천외한 설정은 관객의 폭소를 유발합니다. 하지만 이 엉뚱한 B급 코미디 속에는 폭력과 자본의 굴레에 갇혀 있던 인간이 어떻게 순수한 몰입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철학적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은퇴 후 처음으로 노래교실에 나갔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수십 년간 회의실에서 발표만 하던 제가 마이크를 잡고 트로트를 부르는 모습이 얼마나 어색했는지 모릅니다. 주변 어르신들이 박수를 쳐주실 때 직장에서 받았던 어떤 칭찬보다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스페셜즈의 킬러들이 처음 안무를 배우며 허둥대는 모습에서 저는 그날의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인생의 후반전에서 전혀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의 어색함과 설렘. 이 영화는 바로 그 감정을 극단적인 설정으로 증폭시켜 보여줍니다.

피 묻은 손으로 춤을 추어야 하는 아이러니 

주인공들은 본래 돈을 받고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타인의 고통에 가장 철저하게 무감각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1억 엔이라는 거액의 보상금이 걸린 암살 미션이 주어집니다. 단 타깃인 보스를 암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가 매번 참석하는 댄스 경연 대회에 출전해 무대에 오르는 것뿐입니다.

살인이라는 파괴적인 행위를 위해 춤이라는 가장 창조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예술을 완벽하게 연마해야 하는 이 거대한 아이러니. 이 설정이 단순한 개그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연습이 거듭될수록 킬러들의 내면에 진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짓을 왜 해야 하지라며 투덜대던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거울 앞에서 자발적으로 동작을 교정하고 동료의 타이밍에 맞추기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기 시작합니다. 킬러 댄스 액션 영화, 일본 B급 코미디, NCT 유타 출연 영화에 관심 있는 관객이라면 이 변화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감동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맹목적 폭력을 초월하는 쇼펜하우어의 예술적 구원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이 끝없는 욕망과 고통의 연속이며 이 지옥 같은 굴레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가 바로 순수한 예술적 몰입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킬러들의 세계는 돈과 살육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폭력적인 의지가 지배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위장을 위해 시작했던 댄스 연습이 거듭될수록 이들은 타깃을 죽여야 한다는 목적을 잊은 채 음악과 박자 그리고 자신의 몸이 만들어내는 순수한 희열에 빠져들게 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은퇴 후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솔직히 말하면 심심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고 문장을 다듬는 순간, 관절의 통증도 내일의 걱정도 사라졌습니다. 목적 없이 시작한 행위가 어느새 삶의 가장 순수한 기쁨이 되어 있었습니다. 스페셜즈의 킬러들이 무대 위에서 경험하는 변화가 바로 이것입니다. 수단으로 시작한 것이 목적 자체가 되는 전복. 쇼펜하우어가 말한 순수한 인식의 주체로 거듭나는 순간입니다.

스토아적 연대와 기꺼이 춤추는 운명애(Amor Fati) 

자신들에게 주어진 황당한 미션과 낯선 안무 코치 앞에서도 이들은 도망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자의 개성을 내려놓고 하나의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호흡을 맞춥니다. 에픽테토스 등 스토아 철학자들은 주어진 배역이 무엇이든 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가르쳤습니다. 처음에는 삐걱대던 5명의 킬러들이 자신의 굳어버린 몸과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긍정하고 동료들과의 연대 속에서 스텝 하나하나에 온전히 집중하는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진한 감동과 뜨거운 팀워크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노래교실에서 처음 트로트를 배울 때 옆자리 어르신이 틀려도 괜찮아 같이 하면 돼라고 건넨 한마디가 떠오릅니다. 혼자서는 부끄러웠지만 함께하니 용기가 났습니다. 스페셜즈의 킬러들이 경험하는 연대의 힘이 바로 그것입니다.

결론 : 우리 내면의 댄서를 깨우는 유쾌한 총성

영화 스페셜즈는 화려한 액션과 신나는 음악 그리고 끊임없이 터지는 웃음 속에 인생의 두 번째 기회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숨겨두고 있습니다. 과거의 어두운 정체성에 얽매여 있던 킬러들이 춤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긍정하게 되듯 우리 역시 일상의 무거운 굴레 속에 스스로의 즐거움과 열정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극장을 나서며 귓가에 맴도는 주제가 "오도로우제!(춤추자!)"는 곧 거친 세상 속에서도 삶의 스텝을 멈추지 말고 기꺼이 당신 내면의 댄서를 깨워내라는 경쾌하고도 철학적인 응원가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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