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는 매일매일 리뷰 : 영원한 우정의 환상을 깨는 첫사랑의 맹목적 의지와 스토아적 수용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 리뷰 : 영원한 우정의 환상을 깨는 첫사랑의 맹목적 의지와 스토아적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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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이미지(AI 사용)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청춘의 진리

우리는 누구나 학창 시절 변치 않을 것만 같았던 영원한 단짝과의 우정을 기억합니다.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은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소꿉친구 호수(이채민 분)로부터 갑작스러운 고백을 받은 17세 소녀 여울(김새론 분)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따라가는 하이틴 로맨스입니다. 스크린 속 아이들은 싱그럽고 발랄하지만 그들이 겪는 내면의 폭풍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영화는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이 어떻게 평온했던 우정의 세계에 균열을 내는지 그리고 그 통제할 수 없는 변화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특히 스크린 속에 영원히 10대의 모습으로 남게 된 주연 배우의 찬란한 연기는 매일매일 스쳐 지나가는 우리네 청춘과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덧없는 것인지를 철학적으로 반추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매일매일의 갈등 구조와 관계의 재배치

소꿉친구의 고백 그리고 무너진 일상의 평온 

여울에게 호수는 언제나 편안한 안식처 같은 소꿉친구였습니다. 하지만 호수의 기습적인 고백 공격은 이 견고했던 세계를 단숨에 무너뜨립니다. 여울은 친구 관계마저 잃을까 두려워 단칼에 그의 마음을 거절하지만 얄궂게도 두 사람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매일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여울은 호수를 볼 때마다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깊은 불편함과 짜증을 느낍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울의 단짝 친구 주연이 호수에게 호감을 보이고 혼란스러운 여울마저 홧김에 다른 선배에게 마음을 전하면서 17살 청춘들의 첫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미로 속으로 빠져듭니다.

영화 속에 숨겨진 의미와 철학적 시선

우정이라는 표상을 찢고 나오는 맹목적 의지 (쇼펜하우어)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하고 통제 불가능한 힘을 맹목적 생의 의지라고 불렀습니다. 극 중 여울이 유지하고 싶어 했던 안전한 소꿉친구라는 관계는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는 얄팍한 표상(현상)에 불과합니다. 반면 호수의 고백으로 대변되는 사랑과 끌림의 감정은 이성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원초적인 의지의 폭발입니다. 여울이 느끼는 짜증과 혼란은 단순히 사춘기 소녀의 미숙함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성적이고 안전했던 자신의 세계가 폭력적일 만큼 강렬한 타인의 욕망(사랑)과 부딪혔을 때 인간이 겪게 되는 근원적인 실존적 불안을 의미합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변화를 껴안는 스토아적 성장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여울의 고통은 스토아 철학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에픽테토스는 인간은 일어나는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했습니다. 여울의 괴로움은 이미 변해버린 타인의 마음(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을 억지로 과거의 상태로 되돌리려 하는 헛된 집착에서 비롯됩니다. 진정한 성장은 억지로 옛날의 우정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닙니다. 헤라클레이토스의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처럼 이미 변해버린 관계의 역동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Amor Fati) 그 낯선 감정의 파도 위에서 나와 타인의 새로운 위치를 재정립하는 과정이야말로 스토아학파가 말하는 진정한 내면의 성숙입니다.

서툴고 아팠기에 더욱 찬란하게 박제된 우리들의 시간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은 첫사랑의 풋풋한 설렘 이면에 자리한 관계의 단절과 재탄생이라는 아픈 성장통을 훌륭하게 그려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호수를 만나고 영원할 줄 알았던 관계가 변하는 뼈아픈 경험을 합니다. 하지만 그 통제할 수 없는 변화와 감정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부딪혀 냈기에 우리의 17살은 그토록 눈부시게 빛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스크린 속에 영원히 멈춰버린 눈부신 청춘의 미소를 마주할 때 우리는 덧없이 흘러가는 오늘 하루 즉 매일매일의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가장 기적 같은 순간임을 묵직하게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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