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 당신의 평온을 빌런에게 맡기지 마라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우리는 누구나 가슴속에 사표 하나,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이가 갈리는 상사 한 명쯤은 품고 산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합법적(?) 복수

은퇴 후 산책을 하며 돌이켜보면 직장 생활의 고비마다 저를 주저앉게 했던 것은 과중한 업무가 아니라 대개 사람이었습니다. 야근보다 무서운 것은 상사의 한마디였고 마감보다 두려운 것은 월요일 아침 회의실에서 마주할 그 얼굴이었습니다.

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는 그 발칙한 상상을 스크린으로 옮긴 블랙 코미디입니다. 원제는 Horrible Bosses, 즉 끔찍한 상사들입니다. 제목은 길들이기라고 점잖게 붙였지만 내용은 벼랑 끝에 몰린 소시민들이 괴물 같은 상사들에게 던지는 처절하고도 웃픈 반격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 당시 전 세계 직장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스크린 속 상사들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관객 누구나 저거 우리 팀장인데?라고 중얼거리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맛 빌런 세트 : 당신의 상사는 누구입니까?

이 영화에는 현실에서 마주칠 수 있는 최악의 상사 유형 세 명을 극단적으로 묘사합니다. 첫째는 사이코패스형 상사(케빈 스페이시)입니다. 승진? 그건 내가 결정해. 부하의 절박함을 무기로 노예처럼 부리며 감정의 숨통을 조이는 유형입니다. 승진을 미끼로 야근을 강요하고 정작 승진 자리는 자기가 차지해버리는 그의 모습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배신의 데자뷔를 불러일으킵니다.

둘째는 성희롱형 상사(제니퍼 애니스톤)입니다. 권력을 이용해 신체적, 정신적 선을 넘나드는 포식자형 상사입니다. 제니퍼 애니스톤이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는데 이 캐릭터가 불편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이유는 권력 관계의 성별을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 전복을 통해 성희롱의 본질이 성별이 아니라 권력에 있음을 풍자적으로 드러냅니다.

셋째는 무능한 낙하산형 상사(콜린 파렐)입니다. 아버지가 일군 회사를 물려받아 오로지 독선과 쾌락으로 회사를 망치는 망나니형입니다. 콜린 파렐은 대머리 가발과 배를 붙이고 자신의 미남 이미지를 완전히 파괴하는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 캐릭터가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실력 없이 자리만 차지한 상사를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만나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시민들의 엉성한 반란 : 복수는 나의 것?

참다못한 세 친구 닉, 데일, 커트는 결국 상사를 제거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타고난 악당이 아닙니다.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하려다 사기를 당하고 상사의 집에 잠입했다가 온갖 헛발질만 연발합니다. 이 어설픔이야말로 영화의 핵심적인 매력입니다. 만약 이들이 유능한 범죄자였다면 관객은 웃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 사람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그들의 무능함이 곧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상사에 대한 복수를 상상하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길 배짱도, 능력도 없습니다. 그 간극에서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여기서 우리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우리가 차마 실행하지 못하는 분노를 그들이 대신 분출해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화는 동시에 보여줍니다. 증오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해치려 할 때 가장 먼저 파괴되는 것은 상사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일상이라는 사실을요.

상사를 길들일 것인가 나를 지킬 것인가?

수십 년의 직장 생활을 마친 선배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상사 때문에 밤잠 설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철학이 있습니다. 니체는 운명을 사랑하라(아모르 파티)고 했습니다. 나쁜 상사 또한 나의 운명의 일부입니다. 그를 바꾸려 에너지를 쓰기보다 그가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로마의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했습니다. 너를 화나게 하는 자는 너를 지배하는 자다. 상사가 무례하게 굴어도 내 마음의 평화를 깨뜨릴 권한까지 넘겨주지는 마십시오.

돌이켜보면 저를 괴롭히던 상사들은 제 인생에서 이미 퇴장한 단역 배우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저는 그들을 주연급으로 착각하고 제 인생의 시나리오를 그들에게 맡겨버렸던 것입니다. 영화 속 친구들이 상사를 제거하려 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상사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그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존재일 뿐입니다.

결론 : 웃음 끝에 남는 씁쓸하고도 달콤한 진실

직장상사 길들이기는 신나게 웃고 나면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리는 영화입니다. 비현실적인 복수극이지만 그 끝에 남는 메시지는 의외로 현실적입니다. "나쁜 상사는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당신의 인생을 망치게 두지 마라." 오늘 퇴근길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이 영화를 즐기며 가슴속 응어리를 훌훌 털어내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이미 그 상사보다 훨씬 근사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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