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플로렌스(Florence) : 세상에서 가장 못 부르는 소프라노가 전하는 우아한 불협화음
음치 카네기 홀에 서다?
"사람들은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 할 수는 있어도, 내가 노래를 안 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노래를 못 부르는 소프라노 하지만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했던 여인 플로렌스. 영화 플로렌스는 1940년대 뉴욕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연기의 신 메릴 스트립과 로맨틱 코미디의 제왕 휴 그랜트가 만난 이 작품은 겉보기엔 우스꽝스러운 소동극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꿈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헌신적인 사랑이 흐르고 있다. 재능은 없지만 돈과 열정은 넘쳤던 그녀가 어떻게 음악의 전당인 카네기 홀 전석 매진을 기록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주는지 분석해 본다.
메릴 스트립 :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연기의 경지
메릴 스트립은 실제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뽐낸 바 있는 배우다. 그런 그녀가 박자와 음정을 완전히 무시하며 진지하게 못 부르는 연기를 펼치는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단순히 웃기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호흡이 달려서 헐떡이거나 고음에서 삑사리가 날 때마다 미세하게 떨리는 눈동자와 표정은 압권이다.
이 연기가 위대한 이유는 못하는 것을 연기하는 것이 잘하는 것을 연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못 부르면 그저 코미디가 되지만 메릴 스트립의 플로렌스는 나름의 진지한 해석과 열정을 담아 못 부른다. 그녀는 자신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음악 속에서 진심으로 황홀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관객은 처음에는 그녀의 끔찍한 노래 실력에 폭소를 터뜨리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우스꽝스러운 몸짓 뒤에 숨겨진 병약한 육체와 순수한 영혼을 발견하게 된다. 웃음이 연민으로 연민이 존경으로 바뀌는 이 감정의 그라데이션을 설계해 낸 것은 전적으로 메릴 스트립의 공이다. 그녀는 조롱거리가 될 수 있는 캐릭터를 사랑스러운 몽상가로 완벽하게 변모시켰다.
휴 그랜트 : 사랑인가 연민인가 혹은 비즈니스인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플로렌스의 남편이자 매니저인 베이필드(휴 그랜트)다. 그는 아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혹평이 담긴 신문을 몽땅 사서 버리고 관객을 돈으로 매수하여 환호를 조작한다.
얼핏 보면 돈 많은 아내에게 기생하는 사기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플로렌스를 대하는 태도에는 분명한 진심이 있다. 그는 아내의 환상(Bubble)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다. 그녀의 세상이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것 그것이 베이필드가 보여주는 사랑의 방식이다. 휴 그랜트 특유의 능글맞으면서도 짠한 연기는 꿈을 꾸는 자(플로렌스)와 그 꿈을 지켜주는 자(베이필드)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주제 의식 : 재능 없는 열정은 죄인가?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재능 있는 자들의 전유물인가? 플로렌스의 노래는 기술적으로는 소음이었지만 그녀가 노래할 때 보여준 행복감만큼은 진짜였다. 이 질문은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현대 사회에 불편한 균열을 만든다. 우리는 흔히 재능이 없으면 시도하지 말라고 잘하지 못하면 그만두라고 말한다. 하지만 플로렌스는 그 모든 상식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비웃음을 사면서도 끝까지 무대에 섰던 그녀의 용기는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녀의 마지막 대사, "사람들은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 할 수는 있어도, 내가 노래를 안 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는 결과 중심주의 사회에 던지는 통쾌한 한 방이다. 비록 불협화음일지라도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연주한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었다.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비록 엉망일지라도
영화 플로렌스는 킬킬거리며 웃다가 끝내 코끝이 찡해지는 휴먼 드라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당신이 즐겁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혹은 재능이 없어서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엉망진창인 노래가 끝나고 나면 당신은 분명 그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가수보다 더 헌신적인 매니저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 라디오 스타의 안성기(링크) 캐릭터와 비교해 볼 만합니다. 동서양 매니저들의 눈물겨운 사랑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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