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어바웃 타임(About Time) : 시간 여행자가 마지막에 깨달은 오늘의 비밀
로맨틱 코미디의 탈을 쓴 인생 지침서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당신은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영화 어바웃 타임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 모태솔로 팀(돔놀 글리슨)의 이야기다. 그 비밀은 바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 대부분의 시간 여행 영화가 로또 당첨이나 세계 구원 같은 거창한 목표를 다루지만 이 영화는 소박하다. 주인공은 그 엄청난 능력을 오직 사랑을 얻는 데에만 쓴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러브 액츄얼리, 노팅 힐 등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써 온 장본인이지만 그의 연출 은퇴작인 이 영화에서는 장르의 껍데기를 과감히 벗겨낸다. 영화가 끝날 때쯤 관객은 깨닫는다. 이 영화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평범한 하루를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이었음을.
아버지의 유산 : 행복을 위한 두 가지 공식
영화 속 아버지(빌 나이)는 아들에게 시간 여행을 통해 행복해지는 비결을 전수한다. 그것은 부자가 되는 법도 주식 시장을 이기는 법도 아니다. 하루를 두 번 살아보는 것이다. 첫 번째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긴장과 걱정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두 번째는 똑같은 하루를 다시 살되 이번에는 긴장을 풀고 주변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다.
이 조언이 위대한 이유는 그 단순함에 있다. 시간을 되돌리는 초능력을 가진 남자에게 아버지가 전수하는 최종 비법이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라니.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정확한 행복의 공식은 없다. 똑같은 하루도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하루가 된다. 짜증 나는 직장 상사의 잔소리조차 유머로 넘기고 무심코 지나쳤던 편의점 점원의 미소에 화답하는 주인공의 모습. 이는 우리에게 시간 여행 능력이 없더라도 관점의 전환만으로 인생의 질감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는 초능력이라는 판타지적 장치를 사용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초능력이 필요 없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아름다운 역설을 완성한다.
아버지와의 산책 : 떠나보낼 줄 아는 용기
영화의 가장 눈물겨운 장면은 로맨스 씬이 아니라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아들이 과거로 돌아가 해변을 산책하는 씬이다. 팀은 아버지를 계속 살리기 위해 과거를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녀의 탄생을 위해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영화의 규칙상 과거를 바꾸면 그 이후에 태어난 자녀의 존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의 이별을 감내하는 이 선택은 세대 교체라는 인생의 순리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장면이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버지와 물수제비를 뜨며 작별하는 장면에서 빌 나이와 돔놀 글리슨은 최소한의 대사로 최대한의 감정을 전달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울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웃으며 마지막 돌을 던진다. 이 장면이 관객의 눈물을 쏟아지게 만드는 이유는 슬픔을 슬프게 연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재현 속에 영원한 이별이 숨어 있다는 역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이 역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늙어감과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삶의 완성으로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태도는 세대를 불문하고 깊은 울림을 준다.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 이유
영화의 결말 팀은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제 나는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이 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온 것처럼 나의 특별하고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 독백이 영화가 주는 최고의 메시지다. 시간 여행 능력을 가진 남자가 내린 최종 결론이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이 역설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 완벽한 귀결이다. 후회를 바로잡으려 과거에 집착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사는 것. 그것이 시간 여행자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깨달음은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현재에 머무르라는 가르침과도 맞닿아 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공명을 일으킨다.
당신의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시간 여행자다. 미래를 향해 하루하루 한 방향으로 여행하고 있다. 어바웃 타임은 그 여행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오늘 아침 마시는 커피 한 잔의 향기, 가족과 나누는 저녁 식사의 온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 하루가 힘들었는가? 그렇다면 마음속으로 외쳐보자. "나는 이 하루를 즐기기 위해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다." 그러면 퍽퍽했던 당신의 일상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빛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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